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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홀린 92세 '신입 유튜버' - 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개설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마음백과사전 2025. 6. 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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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정신으론 안 돼!" 청년들 홀린 92세 '신입 유튜버'

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개설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구아모 기자 2025.06.06.

 

지난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모교 고려대 야구 점퍼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팔에 ‘55학번’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촬영이 이어지자 그는 “영정 사진이라도 찍으려는 거냐”라며 웃었다./김지호 기자

 

“55학번 대학 동기들? 다 죽었어.” “부모님이 이북에 계신데 대학생 때 누구에게 손을 벌렸겠어. 썩어 빠진 정신으론 안 돼!”

 

92세 대한민국 최고령 유튜버의 거침없는 발언에 질문을 던진 20대 대학생들이 입을 벌리고 말을 잇지 못한다. 유튜브 영상의 주인공은 이용만 전(前) 재무부 장관. 17세에 단신으로 월남해 6·25 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재무부 차관보, 은행감독원장,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달 11일 ‘신입 유튜버’로 데뷔한 그가 최근까지 올린 영상 4개엔 북한에서의 유년 시절과 월남(越南), 1960~70년대 경제 개발 실무를 담당하는 재무 관료로 일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있었던 일화, 청년 세대에게 던지는 직설적인 충고 등이 빼곡히 담겼다.

 

90이 넘은 나이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발언하는 모습에 특히 호응하는 건 청년들이다. 시청자 중 18~34세 비율이 68.5%다. 첫 영상은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조회 수 13만회를 기록했고, 구독자 수는 현재 1만9300명이다.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전 장관 유튜브 채널엔 “그때 그 시절 희생하신 분들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 “불평조차 허락되지 않던 시대를 살아낸 분의 말씀이 귀에 꽂힌다”는 댓글이 천 개 넘게 달렸다.

 

5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이 전 장관을 만났다. 그는 1933년 강원도 평강에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해방 뒤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이승만, 김구 타도’를 외쳐 본명 ‘승만(承萬)’을 ‘용만’으로 고쳤다. 지주 아들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표로도 뽑히지 못했던 그는 ‘못살겠다’며 월남해 1950년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이용만 전 장관 유튜브.

 

이 전 장관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5월 11일’은 특별한 날이다. 1951년 5월 11일 강원도 춘천 가리산 전투에서 어깨와 척추에 총상을 입었다. 그는 “미군 병사 4명이 들것에 나를 태워 후방으로 옮겨주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때 이후로 내 삶은 덤이었다”고 했다. 총알 하나는 아직도 척추에 박혀 있다. 총알이 박혔던 왼쪽 어깨는 갸우뚱히 기울어져 있었다.

 

이 전 장관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건 손주들 덕분”이라고 했다. 10대 후반인 손주들이 “북한 사람들은 왜 굶주려요?” “(6·25 전쟁 때) 무슨 음식을 먹었느냐”고 물었다. “너희 나이 때쯤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갔어. 주먹밥 한 개 먹으면서 하루에 100리(39.27㎞)씩 걸어서 도망쳤다. 피란민 수용소에서 45일을 버텼지.” 이 전 장관은 “빈곤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옛날 일을 막 물어보는데 이 기억들을 어딘가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했다.

 

1978년 4월, 재무부 이재국장 재임 시절 남덕우 장관의 지방 산업 시찰에 동행한 이용만 전 장관(사진 앞줄 오른쪽 두 번째).

 

이 전 장관은 그래서 유튜브 영상도 손자들에게 이야기하듯 만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일제 식민 지배, 동족상잔의 전쟁, 세계사에 유례없는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겪은 나라”라며 “잘한 것도, 반성해야 할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시대다. ‘그때 그 시절’을 더 잘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90이 넘는 나이에도 이 전 장관은 힘이 넘쳤다. 건강 비결은 운동이다. 지금도 매일같이 헬스장을 찾아 1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고 레그프레스(하체 운동 기구) 등 근력 운동을 한다. 매주 1번씩 골프장을 찾아 18홀을 돈다. 이 전 장관은 “몸이 힘들어야 헛생각을 안 한다는 게 내 오랜 지론”이라고 했다.

 

재무부 이재국 이재1과장 시절, 박정희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의 모습.

 

이 전 장관이 가장 최근 올린 영상은 ‘늬들이 박정희를 알아, 박정희와 일한 남자’다. 재무부 과장 시절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에 참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담을 풀어냈다. 영상에서 그는 “경제 계획을 상황실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나오셨다”고 했다. 그는 “당시 예산 편성과 배분을 총괄하던 ‘재무부 이재과장’으로 일하던 시절 박 대통령이 실무자인 나한테까지 ‘수고했다’라며 격려했다”며 “아랫사람을 어떻게 독려하는지를 아는 뛰어난 리더였다”고 했다.

 

그의 영상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전쟁 전 북한에서 살아봤고 실제로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북한의 독재와 굶주리는 인민들의 참혹한 실상을 꼭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 6대 경제 강국이 됐고, 군사력으로는 5대 강국에 올랐다”며 “온 국민이 함께 일군 결과”라고 했다. “이제는 여러분 차례입니다. 하고 싶은 걸 하되, 반드시 성실해야 하고 끝까지 해내겠다는 집념이 있어야 합니다. 난 내 몫을 다했으니 여러분이 이어가 주십시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6/06/F2ESRQ6ZBBHQZG7S45DI4MC6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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