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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어떻게 새로운 '블루존', 21세기 장수촌이 되었나

마음백과사전 2025. 7. 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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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어떻게 새로운 '블루존', 21세기 장수촌이 되었나

정부가 설계한 '장수 테마파크'… 10분 거리에 공원, 걸으면 보상

엄격한 식품 라벨링 제도, 당분·지방 많은 D등급은 광고도 금지

 

김철중 기자 2025.07.08.

 

전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초고령 장수인이 유별나게 많이 있는 지역을 블루 존(blue zone)이라고 부른다. 장수학자들이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이런 장수촌(村)을 파란색으로 동그라미 친 데서 유래됐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일본의 오키나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그리스의 이카리아 등이 대표적인 블루 존이다.

 

이들 지역의 장수 비결은 첫째로 가족, 친구, 이웃 등과의 끈끈한 공동체적 생활이다. 서로 돕고 함께 움직이며 살아간다. 정서적 안정감과 강한 소속감이 마을 전체 장수를 이끈다. 여기서 장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 나왔다. 블루 존 사람들은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곡류, 콩류, 해조류를 즐겼다.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 뭔가를 열심히 하는 일상의 목적도 뚜렷했다. 그 지역에서 타고난 삶의 방식에 따른 결과가 장수였던 것이다.

 

다원화되고 다층화된 현대인의 도시 삶에서도 ‘블루 존’은 가능할까. 응집된 공동체적 가치가 없는데도 블루 존이 형성될까. 잘 짜인 의료 서비스 없이 초고령 장수가 가능할까. 모두 회의적이다. 이제 전통 방식과 문화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장수촌은 나오기 어렵다.

 

그래픽=이철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블루 존 2.0이다. 200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함께 블루 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미국의 작가 댄 뷰트너는 앞으로 장수촌은 제도와 정책으로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가 블루 존 2.0에 해당한다며 새로운 동그라미를 쳤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21세기 장수촌, 블루 존 2.0이 되었나. 싱가포르는 잘 설계된 건강 장수 테마파크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의 녹지 접근율은 90%다. 열 가구 중 아홉 가구는 집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공원이나 녹지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그곳에서 걷기, 조깅, 야외 여가 등 일상적 신체 활동을 즐긴다. 파크 커넥터라고 해서 300km 이상 이어진 녹지 보행로도 구축됐다. 2020년부터 10년간 100만 그루의 나무가 싱가포르에 심어진다. 이 덕에 기온 상승이 줄었고, 스트레스가 낮아졌고, 정서적 안정은 늘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많이 걸으면 보상을 주는 걷기 챌린지를 대규모로 운영한다. 17세 이상 시민들에게 ‘헬시365’ 앱에 등록하도록 해 걷기를 장려한다. 하루 5000보 걸으면 10포인트, 7500~1만 보는 20포인트가 주어진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강도~고강도 활동을 하면 100포인트다. 이렇게 쌓이는 포인트는 교통과 식료품권으로 환급되고, 쇼핑이나 여행 바우처로도 교환된다.

 

공원 곳곳에 QR코드로 즉석 경품을 숨겨 놓고, ‘보물 찾기’ 이벤트를 벌인다. 하루 1만 보 이상 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항공권 경품 추첨 행사도 한다. 기업 단위로 단체 걷기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걷기 챌린지에 참여해 포인트와 바우처를 받아 가고 있다.

 

싱가포르의 건강 유해 식품 관리는 유별나다. 식품 라벨링 제도를 도입하여, 혈당을 올리는 당류가 적고, 비만을 키우는 포화지방이 낮은 ‘착한’ 식품에는 A등급을 붙인다. 반면 D등급은 그것들이 매우 높은, 건강에 ‘나쁜’ 식품이다. 그 경우 제품 겉면에 D등급 라벨을 붙이도록 했다. D등급 식품은 TV·라디오·인터넷에서 광고를 할 수 없다. 세계 최초로 건강 관점에서 식음료 광고를 금지한 사례다.

 

당류, 나트륨, 트랜스지방, 포화지방은 낮고 식이섬유나 칼슘이 풍부한 제품에는 ‘더 건강한 선택’이라는 마크를 부여한다. 소비자의 80%가 이 마크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런 제도를 통해 21세기 최대 질병이라고 불리는 당뇨병과 비만을 줄여가고 있다.

 

장수 테마파크 곳곳에는 액티브 에이징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노인 케어 센터에서 간판을 ‘액티브’로 바꿨다. 이곳은 동네 커뮤니티 기반 케어 캠프다. 60세 이상이 가입하여 운동 지도자에게서 교육을 받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배우고 실천한다.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춤이나 머리 쓰기 게임을 한다. 액티브 에이징 센터는 올해 220곳으로 늘어난다. 인구 2만7000명당 하나꼴이다.

 

50세가 넘는 시민은 ‘더 건강한 싱가포르’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이는 질병 치료가 아니라 질병 예방 중심 건강 관리 보건 사업이다. 개인 주치의를 붙여주고, 개인 특화된 건강 관리 플랜을 짜준다. 이곳을 통해 건강검진을 하고, 예방접종 및 만성 질환 관리가 이뤄지도록 한다.

 

고령자는 신체 쇠약보다 고립이 건강에 더 안 좋다. 이에 도심에 고령자 주택, 의료 시설, 어린이집, 상업 공간, 커뮤니티 광장 등을 한 지붕 아래 결합한 수직형 주상 복합 고령자 단지를 조성했다. 세대 간 교류를 유도하고, 걸어서 15분 거리 이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토록 한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당시 싱가포르의 평균수명은 65세였으나, 2024년에는 83.5세로 늘었다. 10년마다 평균수명이 3년씩 증가한다. 모든 나라가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질병 없이 지내는 건강 수명 나이가 뒤처져 큰 걱정을 하는데, 싱가포르는 건강 수명도 나름 늠름하게 동반 상승하고 있다.

 

초고령 건강 장수 사회 건설의 핵심은 건강 수명을 최대한 올려서 인생 막판에 누워 있게 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삶의 끝까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다 세상을 마감하게 하는 것이다. 액티브 에이징, 헬시 에이징 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건강 장수 인프라를 잘 짜서, 한국판 블루 존을 이뤄갈 때다. 이제 장수촌은 만드는 거다.

 

https://www.chosun.com/medical/2025/07/08/HR3FZOYMYZCPVHCZYOVAYUSN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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