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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팬의 완벽한 주말

마음백과사전 2025. 10. 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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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팬의 완벽한 주말

런던=팀 알퍼 칼럼니스트 2025.10.16.

 

지난해 9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간 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경기. 해당 경기는 리버풀의 3:0 승리로 끝났다. /EPA 연합

 

내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모태 리버풀 팬’으로 평생 축구 팬이던 나는 기념품으로 K리그 유니폼을 사고 싶어 서울 동대문 운동용품 상가를 찾았다. 영국과 한국의 사이즈 체계가 다르던 터라 치수를 묻는 직원에게 나는 선뜻 답할 수가 없었고 그는 치수 확인차 사이즈 100 유니폼을 입어보라고 건넸다.

 

하필이면 그가 건넨 유니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셔츠였고 내가 그 셔츠를 입기를 거부하자 직원은 어리둥절했다. 리버풀 팬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셔츠를 입으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국회의사당 지붕에 올라가 일장기를 흔들라는 것과 비슷한 분노를 유발한다.

 

EPL(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팬이라면 북런던의 토트넘과 아스널 같은 라이벌 관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만한 웨이머스와 요빌, 올덤과 로치데일 등 중소 클럽조차도 서로 라이벌이라는 사실은 금시초문이겠다.

 

이들 중 일부는 잉글랜드 하위 리그인 레벨 7에서 뛰는 팀들임에도 관중 수가 K리그의 평균 관중 수보다 훨씬 많다. 사실 라이벌 관계야말로 영국 축구의 심장이다.

 

한국 축구 팬 대부분은 대표팀이나 해외 리그 선수를 추종하기에 이런 라이벌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손흥민이 EPL로 돌아와 아스널과 계약한다면 토트넘의 ‘Son 7’ 셔츠를 입었던 한국 팬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아스널 셔츠를 사겠지만 영국 토트넘 팬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Son 7’ 셔츠를 불태울 것이다.

 

라이벌 관계는 주로 같은 도시나 인근 지역을 연고로 한 팀들이 같은 리그에 속해 있을 때 지역 감정·텃세 등으로 생겨났다. 또는 오래전 불공정했던 판정 등을 구실로 삼기도 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 같은 리버풀 팬에게 완벽한 주말이 되려면 리버풀의 승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패배해야 한다. 라이벌의 눈물 젖은 패배와 함께하는 승리, 이것이 잉글랜드 축구 팬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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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10/16/OJLEOWNLRZHWFKPXBEZSW6DZ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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