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존재 이유를 묻게 되는 캄보디아 납치 실종 사태
조선일보 2025.10.15.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겨냥한 범죄가 급증한 데 대해 피해자 보호, 사건 연루자의 신속한 국내 송환, 여행 제한 강화 등을 지시했다. 한국 20대 청년이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감금돼 고문받다가 숨진 것이 지난 8월이다. 당시 언론이 보도하자 외교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유족을 위해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유족이 두 달간 현지 대사관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금껏 시신 부검과 운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 의원이 나선 뒤에야 정부는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었다. 그러자 전국에서 ‘가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감금됐다는 등 피해 신고는 재작년만 해도 10여 건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하더니 올 들어선 8월까지 330건에 달했다. 작년부터 캄보디아가 한국을 겨냥한 보이스 피싱 등 범죄 온상이 됐다는 뉴스도 쏟아졌다. 국민 안전을 챙기는 정부라면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고 파견 경찰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은 13일 사태 심각성을 “지난주 정도”에 인식했다고 답했다. 현지 경찰과 수사 공조 체계도 이제야 강화하겠다고 한다. 국민 보호에 관심이나 있었나.
캄보디아에서 납치 실종된 사람 중에는 보이스 피싱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고서 출국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지에 감금됐던 국민이 대사관에 구조 요청을 했으나 “구글로 번역해 직접 현지 경찰에 신고하라”거나 “대사관 업무가 시작된 뒤에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선 ‘해외 고수익’ 등을 내건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이것부터 단속해야 한다. 경찰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상대 범죄가 급증하자 2012년 현지 경찰청에 ‘코리안 데스크’를 만들어 효과를 봤다. 캄보디아 설치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 주재 대사는 3개월째 공석이다. 빨리 임명해야 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10/15/7LG46G73YJG45HZBXLDAD3LAOY/
[사설] 정부 존재 이유를 묻게 되는 캄보디아 납치 실종 사태
사설 정부 존재 이유를 묻게 되는 캄보디아 납치 실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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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형 보너스·항공권 지급'으로 MZ세대 유혹
[캄보디아 범죄 단지 해부] 판결문으로 본 '캄보디아 채용' 실상
구아모 기자 김은경 기자 유희곤 기자 2025.10.15.

캄보디아 검찰에 의해 기소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들이 범죄 행각을 벌였던 사무실의 모습. 캄보디아 캄포트주(州) 지방법원 검찰청은 지난 8월 8일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에서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 캄보디아 정보부 홈페이지
“빚, 연체, 미래 불안. 현실이 너무 무거워 해외까지 눈 돌리는 심정 잘 압니다.”
최근 커뮤니티와 텔레그램에 떠도는 ‘캄보디아 채용 공고’의 한 대목이다. 채무·실직에 따른 불안을 겨냥했지만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연락처도 텔레그램 아이디뿐이다. 그러나 ‘성과형 보너스’ ‘사생활 간섭 없음’ ‘항공권·비자 전액’ 같은 광고를 내걸고 한국 MZ세대를 유인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질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고착, 허술한 안전망이 결합해 청년층이 ‘단기 고소득’ 유혹에 취약해졌다”며 “불황기 빚·연체자를 특정 문구로 겨냥하는 공고가 늘어난 건 사회 구조적 위기와 범죄 시장의 접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구인 광고와 달리, 지난 6월 발표한 국제 앰네스티 보고서와 최근 캄보디아를 찾았다가 납치된 청년들 이야기를 접하면 현지 실상은 ‘감옥’에 가깝다. 중국인 총책이 지휘하고 한국인·조선족 조직원이 유인책을 맡아 “고수익”을 미끼로 청년들을 현지로 불러들인다. 입국 즉시 여권·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합숙소에 격리한 뒤 하루 12~14시간 ‘로맨스 스캠’, 콜센터형 사기에 동원한다. 업무 시간엔 모니터 촬영 CCTV로 감시하고 대화 금지에 외출은 팀장급 관리자 인솔 아래 단체 외출만 허용했다. 현지인 경비가 건물 입구(5~6명)와 각 층(2~4명)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서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무실에 들어갈 때도 출입증 카드를 들고 ‘셀카’를 찍어 중국인 관리자에게 인증받아야만 문을 열어줬다.
최근 한국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중국 범죄 조직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에겐 ‘탈퇴 명목’으로 1만달러(약 1430만원)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고문을 자행한다. 국제 앰네스티는 “성과 미달 시 집단 폭행, 전기충격이 뒤따르고, 가족에게 ‘몸값’을 청구하거나, 갚지 못하면 재판매(인신매매)하는 사례가 확인된다”고 했다.
이른바 ‘다크 룸’(창문 없는 고문실)으로 끌려가 전기충격봉으로 고문당하거나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10대 생존자는 “조직원들이 ‘마지막 식사’라며 협박하고, 팔다리를 부러뜨려 경찰에 넘기겠다고 했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는 “타자를 못 한다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이나 폭행당하고,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했다. 엠네스티는 감금 시설 최소 53곳에서 비슷한 도구·방식을 썼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고문을 받고 살해당한 대학생 A(22)씨 통장에서 수천만 원이 인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 통장의 돈을 국내 대포통장 범죄 조직이 인출한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법무부는 A씨 현지 부검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경찰도 공동 부검을 위해 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를 보낼 예정이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10/15/SROKQILRPRGJTH2TXJPU6HA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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