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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중동 밖 패권 대결에도 쓸까 -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마음백과사전 2025. 10.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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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중동 밖 패권 대결에도 쓸까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2025.10.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백악관 이스트룸에 들어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가자지구는 1947년 유엔 총회 결의에서 팔레스타인 영토로 지정됐으나 제1차 중동전쟁(1948년) 이래 이집트가 점령했고, 제3차 중동전쟁(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1994년부터는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간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치 구역이 됐다. 그러나 자치정부 내 강경 무장 정파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 통치권을 무력으로 장악하고 나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3차례(2008·2012·2014년) 대규모 가자전쟁이 발생했고,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기습 공격으로 제4차 가자전쟁이 시작됐다.

 

당초 이스라엘 내부 전쟁이던 가자전쟁은 시아파 초승달 벨트에 있는 레바논·시리아·이라크 무장 세력과 이란·예멘 후티 반군으로 구성된 이른바 ‘저항의 축’이 하마스를 도와 군사 개입을 시작해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이에 하마스와 그 배후 ‘저항의 축‘을 철저히 궤멸하려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으로 전쟁은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이라크를 거쳐 이란 본토 폭격으로 확전됐다. 이란 미사일 요격과 핵 시설 폭격엔 미국도 참여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중동전쟁 재발 우려도 있었으나, 과대평가받던 이란 군사력은 이스라엘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저항의 축‘ 평정 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한 궤멸을 위한 공세를 강화했고, 가자지구 통치권 복원을 노리는 하마스는 주민을 방패로 삼고 투항을 거부했다. 이렇게 치열하게 대치하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의 조기 휴전 압박에 굴복해, 미국이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 조치에 전격 합의했다. 24시간 내 적대 행위 중단 후 72시간 내 모든 인질을 석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합의로 전쟁에 찌든 중동에 별안간 평화의 문이 열렸다. 양측 강경파가 반발하고 있어 이행 과정에서 난관이 많을 것이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인질 전원 석방에 대한 하마스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타결 가능성이 희박했던 이번 합의 성사를 계기로, 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 전략과 그 수단인 ‘힘의 외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합의 요구에 하마스도 이란도 감히 반대하지 못한 것은 ‘저항의 축’에 대한 이스라엘의 파상적 공격을 배후에서 묵인하고 후원해 온 미국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는 1980년대 냉전 시대에 레이건 행정부가 쓴 전략인데,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이라는 세기적 변혁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물론 이번 1단계 합의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하마스의 무장해제라는 큰 난제가 걸린 2단계 합의는 훨씬 어려운 사안이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복귀를 영원히 차단하려는 이스라엘과, 어떻게든 가자지구 지배력을 회복하려는 하마스의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이에 미국의 강력한 ‘힘의 외교’가 2단계 협상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설사 1단계 이행 후 2단계 합의가 무산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인질 전원 석방에 이미 성공한 이스라엘과 미국으로서는 인도주의적 부담을 덜고 하마스를 추가 응징할 명분도 얻게 돼 그리 손해 볼 일은 없어 보인다.

 

2단계 합의에도 성공해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실현되고 가자지구에 새로운 통치 체제가 수립되면 미국 주도의 지속 가능한 중동 평화 체제가 정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생존권 인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1980년 이집트와 1994년 요르단의 대이스라엘 수교에 더하여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성사시킨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의 확장이다. 이를 레바논·시리아·사우디·카타르·오만 등 주변 아랍국들에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실현된다면 이는 중동 평화를 위한 획기적 진전이자 역사적 위업이 될 것이며, 중동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중국 패권 대결에서도 한층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중동에서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의 효험이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정책 전반에 유사한 전략을 확대 적용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이는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하는 안보 협상이나 무역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5/10/13/D6TYZ5UW4JHKFASOHP2WZUA5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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