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확성기 40대 중 1대 중단에 감격, 北 인권 보고서 안 내기로
조선일보 2025.08.14.

북한이 지난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남아 있다./연합뉴스
군 당국은 지난 9일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의 오전 동향을 오후에 신속히 알렸다. 지난 4~5일 우리 군이 전방 24곳의 대북 확성기를 전부 철거한 조치에 북측이 즉각 호응해 왔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자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며 “이런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이 열려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알고 보니 북측이 거둬들인 확성기는 전체 40여 대 중 1대에 불과했다. 2대를 뺐다가 1대는 바로 돌려놨다고 한다. 철거가 아니라 고장 수리 등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확성기를 100% 뜯어냈는데 북한이 2.5%만 뺀 것을 보고 ‘확성기 철거’라고 발표한 것이다. 군 당국이 북측의 추가 철거를 예상했다면 오판한 것이고, 실상을 알고도 발표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정부의 대북 조치가 성과를 내는 것처럼 홍보하고 싶어 안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우리가 먼저 대북 비방 방송을 중단하자, 그쪽(북한)에서도 중단을 한 바 있다”고 했다. 대북 방송은 ‘비방’이 아니라 북 주민에게 ‘자유’와 ‘인권’을 알리는 유일한 외부 통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중단하지 않았다. 대북 방송이 중단되자 북도 방해 전파를 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 ‘상호 조치’로 보기도 어렵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보고서 발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인권법에 따라 2018년 이후 매년 제작했는데 올해는 ‘추가 내용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발간을 안 하려고 한다. 북 주민이 어떤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미 국무부는 연례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 정부는 처형과 강제 실종 등 잔인함과 강압으로 통제를 유지했다”고 기록했다. 분량은 줄였어도 북 인권 참상의 기록은 매년 빼먹지 않고 있다.
북과 대화할 필요는 있다. 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국민 눈을 가리거나 보편적 가치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08/14/YZL6TGVQ3JG3RCI2HT5WPHH2LE/
[사설] 北 확성기 40대 중 1대 중단에 감격, 北 인권 보고서 안 내기로
사설 北 확성기 40대 중 1대 중단에 감격, 北 인권 보고서 안 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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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확성기 철거? 허망한 개꿈"
김민서 기자 2025.08.15.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4일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대남)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날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우리 국법에 대한민국이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으로 표현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4~5일 전방에 설치된 고정식 대북 확성기 20여 대를 모두 철거했다. 이어 지난 9일엔 “북한군이 오전부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군이 철거한 것은 대남 확성기 40여 대 중 단 1대였지만, ‘호응’이 있었던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이 조금씩 열려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김여정은 이날 실기동 훈련 연기, 국정원의 대북 방송 중단 등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열거하며 “이런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와 국민 임명식을 통해 남북 관계를 포함한 국정 구상을 밝히기 하루 전날, 찬물을 끼얹은 듯한 모양새다.
정부는 김여정 담화와 무관하게 남북 간 신뢰 회복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의 비전과 기본 방향을 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北, 한미훈련 조정에도 “헛수고”… 유화책 폈던 정부, 또 뒤통수 맞아
김여정은 14일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취한 대북 유화책을 원색적 표현으로 폄훼했다. 최근 정부는 18~28일 실시될 정례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 기간에 계획했던 야외 실기동 훈련 절반을 9월로 연기했다. 김여정이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다르지 않다며 한미 훈련 문제를 제기하자, 미국과 협의해 훈련을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김여정은 “(훈련) 조정이니 연기니 하면서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되며 헛수고”라고 했다.
특히 김여정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공들인 확성기 문제를 정면 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일주일 만인 6월 11일 군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했다. 다음 날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하자, 6월 13일엔 최전방 부대를 찾아가 “남북 간 쓸데없는 괴롭힘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이 고정식 확성기를 철거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김여정은 이런 과정을 모두 싸잡아 “그 무슨 선의적 조치와 유화책이 호응을 받고 있는 듯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정부는 이런 김여정 담화에 맞대응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소개하는 브리핑에서 “지난 3년간의 ‘강 대 강’ 남북 관계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고 북한의 적대적 태도도 여전하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우선 평화의 소중함과 함께 남북 간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실효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구체적인 회담 제의 등을 하기보다는 우리 정부가 향후 대북·통일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견지해 나가야 할 원칙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축사에는 또 “과거 남북 대화 과정에서 맺어진 남북 간 주요 합의서의 의미와 정신을 평가하고, 이를 존중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긴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서로 체제를 인정하는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기반한 정책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미·북 대화를 먼저 추동하고, 그 동력으로 남북 대화를 이어가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이 결론적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법에 “대한민국이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으로 표현되고 영구 고착”될 것이란 말도 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초 ‘평화통일’을 삭제하는 등 북한 헌법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김여정이 이를 다시 거론함에 따라 북한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출범할 제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에도 대미·대남 비난을 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술을 자주 사용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한국은 우리에 대한 핵 선제 타격에 초점을 맞춘 ‘한미 핵 협의 그룹’이란 것을 조작하고 정례적인 모의 판을 벌려놓고 있다”고 했다. 전임 정부가 시작한 한미 핵 협의 그룹(NCG)의 회의를 중단하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대미 대화에 대해 김여정은 “조미(북·미) 수뇌들의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의중이 미국에 전달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우 종전 협상과 북한 문제가 연계되는 건 경계할 가능성이 있고 자기들 문제는 누구의 개입 없이 북·미 직접 협상을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한일 간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를 갖고 대응하되, 양국 간의 신뢰와 정책 연속성에 기반해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를 직시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협력을 하자는 의지를 밝힌다는 것이다. 전반적 외교 정책 방향은 9월 유엔 총회 연설 등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https://www.chosun.com/politics/north_korea/2025/08/15/E4SJACYR6BCOXDCAXNYPYSFL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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