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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차상균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석학 펠로우, 서울대 명예교수

마음백과사전 2025. 10. 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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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선데이 2025.10.04

차상균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석학 펠로우, 서울대 명예교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경고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특히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딥러닝의 선구자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2016년 “AI가 5년 내 방사선 전문의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2025년의 현실은 다르다. 세상은 여전히 방사선 전문의를 필요로 한다. 다만, 달라진 것은 AI를 사용하는 의사가 AI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능력을 증폭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이다. AI의 한계를 알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찾는 것이 AI 시대 교육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획일적인 단순 암기에서 벗어나

현실 문제 해결하는 능력 키워줘야

AI가 못하는 인간다움도 배양 필요

국가는 실험 위한 플랫폼 제공해야

AI 시대에 세상은 사람과 AI 에이전트, 휴머노이드의 네트워크로 채워진다. 사람은 정해진 매뉴얼이 없는 비정형 업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을 담당한다. AI 에이전트는 축적되는 데이터로부터 학습해 진화한다. 노동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교육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가 세계를 이끌게 될 것이다. 한국의 초·중·고 교육을 지배하는 현재의 수능시험과 대학 입시제도가 유지된다면 미래 AI 시대엔 독이 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AI 조기교육을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표적 논리가 AI가 가짜 답을 그럴듯하게 내놓는 ‘할루시네이션’ 경험이 아이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할루시네이션 경험 자체가 교육이 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 윤리적 사고, 출처 검증, 협업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은 미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언어학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컴피턴스(competence)’와 ‘퍼포먼스(performance)’의 합으로 본다. 컴피턴스는 세상에 대한 지식이나 알고리즘처럼 내재된 능력을 뜻한다. 이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나 퍼포먼스, 즉 실제 맥락 속에서 그 능력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발현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교육은 이런 시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예컨대 수능시험 지문의 해석 훈련 대신,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플레이어가 되어 연극 형식으로 의견을 펼치고 쓴 글을 발표하는 언어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AI가 영어와 국어에 능통한 시대에는 영어와 국어 교육의 차이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역사와 사회, 수학, 과학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교과서의 서술을 암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 지표나 인구 통계, 선거 결과, 환경 변화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토론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면 학생들은 교과목을 살아 있는 현실의 문제로 경험하게 된다.

AI 시대에 강조되어야 할 것 중 하나는 집단적 경험이다. 혼자만의 가상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같은 팀플레이, 합주와 연극처럼 협동을 전제로 한 학습이야말로 인간다움을 기르는 토양이다. 동시에 학생들이 AI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자기 생각을 확장하고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인간과 AI가 상호 작용하면서 진화하는 환경 속에서, ‘AI가 못하는 인간다운 퍼포먼스’를 고민하고 발현하는 것이 미래 교육의 본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정책의 철학이다. 지금까지 한국 교육은 정부가 모든 것을 설계하고 하향식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이었다. 야심차게 시작한 디지털 AI 교과서 정책도 교사와 학생의 자율성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현장의 피로감만 키웠다. AI 시대에는 이런 획일성이 오히려 독이 된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되는 다양한 교육 실험을 권장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오픈 소스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 콘텐트는 교실에서 만들어지고, 다시 공동체에 환류되면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주요 AI 기업들도 교육 분야에서 저마다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와 코파일럿 서비스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며, 칸 아카데미와의 협력으로 ‘AI 교과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모델의 폐쇄성과 비용 구조는 교육 현장의 제약 요인이다. 구글은 오픈소스 모델과 구글 클래스룸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AI를 직접 실험, 수정,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학습자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AI 제작 및 활용 능력을 지닌 주체적 학습자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오픈AI의 사용자 친화성, 구글의 오픈소스 확장성 철학은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 교육은 특정 기업의 모델에 의존하기보다, 이들 전략을 균형 있게 수용하여 AI 활용 능력·창의성·윤리성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소버린 AI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국가의 역할은 정답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권장하고 실험을 위한 열린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교, 교사,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든 AI 학습 모듈과 수업 사례가 전국적으로, 또 나아가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발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마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혁신의 엔진이 되었듯이 오픈 소스 교육 생태계가 한국 교육을 세계적 선도 모델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차상균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석학 펠로우, 서울대 명예교수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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