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5장 발표한 뒤 콩쿠르 우승…
'경력 역주행'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박수예
김성현 기자 2025.08.28.
“걱정하지 말고 좋아하는 파스타나 만들어(Mach dir lieber Nudeln statt Sorgen).”

/박성원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5)의 악기 케이스 안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우편엽서가 들어 있다.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베를린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엽서 문구가 맘에 쏙 들어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MBTI 성격은 외향적이지만 치밀하고 논리적인 ENTJ형. 그는 “걱정 때문에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고, 행여 말실수라도 하면 한 달 동안 잊지 못하고 기억한다. 근심할 시간에 차라리 연습하자는 스스로의 다짐”이라며 웃었다.
다짐이 통한 걸까. 올해 그가 큰일을 해냈다. 지난 5월 핀란드에서 폐막한 제13회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시벨리우스(1865~1957)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1965년부터 열리는 이 콩쿠르는 올레그 카간, 빅토리아 뮬로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같은 명연주자들을 배출한 권위 있는 대회다.
박수예는 이미 열일곱 살 때 스웨덴 명문 음반사 BIS를 통해서 파가니니의 독주곡 ‘24개의 카프리스’를 데뷔 음반으로 발표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펴낸 음반만 5장. 특히 20세기 현대음악을 녹음한 3집 ‘세기의 여정’은 지난 2021년 영국 클래식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의 ‘올해의 음반’에도 선정됐다. 보통 콩쿠르 입상 이후에 음반을 펴내는 관례에 비추어 보면 거꾸로 음반에서 콩쿠르로 ‘경력 역주행’을 한 셈이다. 그는 “주변에서 기대 어린 시선이 많았기 때문에 콩쿠르 참가 이전부터 혹시 실망시키지나 않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대구 출생의 박수예는 네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홉 살 때는 가족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 뒤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의 예비 학교부터 최고 연주자 과정까지 학교도 스승도 바꾼 적이 없다. 지금까지 4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한 스웨덴 바이올리니스트 울프 발린이 그의 스승. 20~21세기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스승에게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박수예는 “이번 콩쿠르를 앞두고 스승께서 ‘1차 탈락 아니면 1등’이라는 알쏭달쏭한 격려를 해주셨다. 개성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올가을 발매를 앞둔 여섯 번째 음반 ‘망명의 메아리(Echoes of Exile)’에서도 버르토크, 에네스쿠, 이자이 등의 20세기 무반주 바이올린 곡을 녹음했다. 독일어로 직접 쓴 음반 해설에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이유로 고국을 떠나거나 내적 망명을 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런 반주 없이 바이올린 홀로 연주하는 무반주곡은 작곡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혹시 인기 곡들을 놓아두고 굳이 자청해서 현대음악에 뛰어드는 두려움은 없을까. 그는 “바흐·베토벤·브람스를 잘 연주해야 현대음악도 잘할 수 있고, 현대음악을 잘 알아야 고전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큰 걱정은 없다”며 웃었다.
9월 6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같은 달 21일에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대전그랜드 페스티벌’(예술감독 장한나)에서 우승 곡인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협연한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8/28/ZAQMJAEHZBFQ3LO5JWM5JOD3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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