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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 회장

마음백과사전 2025. 8. 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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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 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 2025.08.21

 

우리나라는 ‘잘살아 보자’는 개인의 선한 욕망을 국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학력을 중시한 사회 분위기가 교육 서열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비 급증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을 초래해 교육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창의적 인재 육성이 요원하다.

 

고등교육을 향한 사회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작 대학들은 기대에 부응할 역량을 상실했다. 자율성을 잃은 채 정부의 예산 지원에만 기대고 있다. 서열의 정점인 서울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놓고도 이들이 외국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렇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은 여전히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호에 갇혀 있다. 무엇보다 거점 국립대와 비거점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국립대와 사립대 간 갈등을 유발할까 우려된다. 예산 집행 방식의 근본적 변화 없이 몇 대학만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반발과 재정 낭비를 부추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고등교육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튼튼한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첫째, 지원하는 대상이 기관이나 시설 등 물적 인프라보다 사람에게 향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과 연구의 주체는 교수와 학생이므로, 이들에 대한 직접적 투자가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때문이다. 물적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운영 시스템 효율화로 충분하다.

 

둘째, 전국 대학의 개방적 네트워킹이 절실하다. 단순한 대학 통폐합이나 구조 조정이 아닌, 전국 곳곳의 우수한 교수진이 우수한 학생과 첨단 기기를 공유하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대학 간 협력과 연계가 안 되면 세계적 인재 양성은 어렵다.

 

셋째, 정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설계해야 한다. 재정 부담과 대학 간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입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서열화를 완화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면, 그 자체로 많은 학생이 적성과 소질에 따라 진로를 설계하게 된다. 이는 적은 재정 투입으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실질적 수혜자는 대학이 아닌 사교육비와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은 국가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근본이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정책이 성공한다.

 

이 모든 전제에서 서울대가 맡아야 할 책임 또한 명확하다. 각 대학과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이끌고, 서울대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개방하며, 인재 중심의 대학 운영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서울대가 국민과 정부에서 받아온 기대와 지원에 부응하는 길이며,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생존하고 도약할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ntribution/2025/08/21/STIBEOUKJFFJ3M7D2GJKFQJ3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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