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 '펄벅 여성상' 영예... 후원받던 아동서 수상자로
윤수정 기자 2025.08.15.

가수 인순이가 6월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25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68)가 국제 아동 인권 비영리재단인 ‘펄벅인터내셔널’(Pearl S Buck International)이 주는 ‘영향력 있는 여성상’(Woman of Influence Award) 2025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펄벅재단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인순이씨가 ‘2025 영향력 있는 여성상’의 최종 수상자로 확정됐다”고 15일 밝혔다. 한국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2000년 수상) 이후 두 번째이자 전체 수상자 중 38번째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한국·필리핀·태국 등에서 지부를 운영 중인 펄벅재단은 장편소설 ‘대지’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여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펄 벅(1892~1973)이 1964년 설립했다. 1978년부터 매년 펄 벅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아동 권익 향상, 사회적 약자 보호, 인권과 문화 교류 증진에 기여한 여성 리더를 선정해 이 상을 주고 있다. 역대 수상자 명단에는 배우 오드리 헵번, 작가 토니 모리슨,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아웅산 수지 여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인순이는 본지 통화에서 “한 달 전쯤 수상 후보로 거론 중이란 사실은 들었지만 ‘에이, 안 되겠지’란 마음이 커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며 “너무도 크고 뜻깊은 상이 깜짝 선물처럼 찾아와 기쁘다”고 했다.
인순이의 이번 수상은 ‘펄벅 재단의 후원 아동이 수상자로 선정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인순이는 “학창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한국펄벅재단에서 학비와 생활비, 의식주를 후원받았다”고 했다.
한국펄벅재단은 1965년 한국 내 전쟁고아와 혼혈 아동의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한국인 어머니, 6·25 참전 주한 미군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인순이도 가세가 기울었을 때 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학교로 오는 버스를 타고 펄벅재단에 가서 지원금이 담긴 흰 봉투를 받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후원자에게 감사 편지를 썼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인순이는 “재단에서 절 1208(후원 번호)로 부르던 그 시절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그때의 경험을 다시 사회와 나누려 한 행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펄벅 재단으로부터 아동 후원번호 1208로 등록돼 지원을 받았던 중학생 시절 인순이의 모습. /인순이 제공
그렇게 펄벅재단에서 인순이에게 전한 도움은 또 다른 한국 사회를 위한 선의로 환원됐다. 펄벅재단이 밝힌 인순이의 이번 수상자 선정 이유에선 그가 2013년부터 다문화 청소년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아온 강원도 홍천의 기숙형 대안 학교 ‘해밀 학교’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순이는 “펄벅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이 해밀 학교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 결과 처음 6명뿐이던 전교생 수가 현재는 60명을 훌쩍 넘겼다. 전쟁 이후 황폐해진 땅에서 국제기구 원조로 경제를 지탱하던 한국이 어느새 주변국을 돕는 원조국으로 성장한 것처럼, 과거 재단의 도움으로 성장한 소녀가 이제는 베풂을 실천하는 어른으로 자라난 것이다.
펄벅재단은 이 밖에도 인순이가 가수로서 쌓아온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활동에 힘써온 공로, 20년 가까이 한국펄벅재단 이사와 후원회 한국 지사 회장으로 활동하며 펼쳐온 사회 공헌 활동들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인순이는 1978년 걸그룹 희자매와 노래 ‘실버들’로 TBC 인기가요 7주 연속 1위를 하며 데뷔했고, ‘밤이면 밤바다’ ‘친구여’ ‘거위의 꿈’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47년간 디바(Diva)의 길을 걸었다. 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순이를 “많은 상을 탄 가수이자 인도주의자이며, 혼혈·다문화 청년들의 지원자”라며 “스스로도 사회의 인종 차별 시선을 극복하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고국에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고 소개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펄벅재단의 본부가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 퍼커시에서 개최된다. 인순이는 “상을 받은 후에도 지금처럼 늘 마음이 시키는 것을 진솔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당장은 이 상을 계기로 어떤 새 계획을 펼치고 싶단 포부를 갖긴 어렵다”며 웃었다. “발명 대회, 드론 대회 등 해밀 학교 아이들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해서”란다. 그는 “요즘 ‘중국은 공대, 한국은 의대에 미쳐 있다’는 말이 참 뼈아프다”며 “우리 해밀 학교 아이들 중 이공계 인재를 많이 배출해서 사회에 여러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8/16/3GYBX6JROJHW3J4WWCA4PVRM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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