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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의 고뇌와 국익 -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마음백과사전 2025. 8. 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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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의 고뇌와 국익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2025.08.06.

 

지난주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조기 대선의 특성상 당선증을 받은 날 곧바로 취임해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 지역 타운홀 미팅, 폭염·수해 대응, 대미 협상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두 달간 보냈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상적 보고서와 여러 회의에서 해방되는 것만으로 대통령의 심신이 가벼워지길 바라지만 챙겨간 일감 보따리가 두툼했을 것 같다. 이재명 정부의 역사·대외 인식이 종합적으로 담길 경축사, ‘국민 임명식’, 정치인 사면 여부와 그 폭 등 광복절 준비가 당장의 숙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미 정상회담이다.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은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나 일본에 비해 크게 빠지는 부분이 없는 데다 미국의 가려운 구석인 조선업을 회심의 카드로 부각시키고 쌀과 소고기를 방어한 것이 성과지만 아직 빈 공간이 많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정밀지도 반출,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공공시장 진입 확대 등 디지털 통상 이슈들이나 우리 대기업의 대미 투자 문제는 지난달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빠졌다. “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에 대해 문의하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구윤철 경제 부총리의 전언도 무게감이 크다. 모두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올 이슈들이다. ‘돈 문제’뿐이 아니다.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주한 미군의 규모 재조정뿐 아니라 역할과도 연계된다.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다. 게다가 미국이 들이밀고 있는 키워드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대만이다. 이러니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만남은 덕담을 주고받는 상견례일 수가 없다.

 

이번에 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당시 100만 명 인파가 시위하는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여줬다”며 “출범한 지 50일밖에 안 된 정부라는 점과 우리나라 농축산 산업의 특이성, 민감성을 설득했다”고 무용담을 전했다. 자랑거리다 싶었으니 알렸을 것인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이나 인간 광우병의 위협을 설득한 게 아니라 정권 초 기세등등하던 이명박 정부를 휘청이게 한 정치적 리스크 재현 위험을 호소했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막았다니 다행인데, 미국에 갈 이 대통령의 생각은 달라야 한다. 대미 수출 관세 0%를 위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소고기를 양보할 생각을 한 대통령이 아니라 선전 선동으로 그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했던 사람들이 문제 아닌가?

 

양안 문제에 대한 주한미군의 관계, 우리나라의 역할도 그렇다. 일단 트럼프 앞에서 ‘생큐’ 해놓고 시진핑 만나면 ‘셰셰’ 해서 될 일이 아니란 것은 이 대통령이 이미 잘 알 거다. 이 난제의 역사도 알아야 한다. 윤석열 혹은 박근혜나 이명박이 만든 게 아니다.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과 미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재임하던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 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평택 미군 기지 이전과 연동된, 당시 여권과 진보 진영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던 전략적 유연성 논쟁의 시발점이다. 양안 문제와 한미 관계 결부의 출발로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등 노무현 대통령의 다른 결단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이제 이재명 차례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날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 나라의 국력을 더욱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밝힐 수 없는 압박감과 굴욕감에 안도감이 더해진 진심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력은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였던 2006년보다, 광우병 반대 집회로 나라가 흔들렸던 2008년보다 훨씬 더 강하다. “왜 미국 앞에서 쩔쩔매냐”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사람도 없다. 휴가지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 앞에 섰던 전임자들의 고민과 국익을 복기해보기 바란다. 그래서 더 겸허해진다면 어깨는 무거워져도 마음은 오히려 조금 편해질 거다.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5/08/06/QZIQGYNXUREELJJ3GQN2JDTP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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