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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런 서점] [10] 서울 청계천로 세운상가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 -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철학 중산층' 키웁니다

마음백과사전 2025. 3. 2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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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철학 중산층' 키웁니다

[우리 동네 이런 서점] [10] 서울 청계천로 세운상가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

남정미 기자 2025.03.25.

 

소요서가 윤상원 대표는 “우리가 소개한 책을 통해 독자들이 취향을 개발할 수 있는 깊이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서점 통창엔 지난 1년간 소요서가에서 사랑받은 책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매단 ‘철학의 나무’가 달려 있다./장련성 기자

 

이 서점 간판엔 이름이 없다. 대신 우리말을 비롯해 영어·독일어 등 8가지 언어로 적힌 이 질문이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책방 공동 대표 윤상원(46)씨는 “여기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 자체가 실은 작은 철학적 행동”이라며 “이 질문을 머리에 남기고 한 번쯤 생각해보며 서점에 들어와 주시길 바랐다. 일종의 ‘초대장’인 셈”이라고 했다.

 

초대장을 보낸 이곳은 국내 몇 안 되는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 서울 중구 세운청계상가 3층에 자리해, 젊은 층에겐 소위 ‘힙지로(힙하다+을지로)’의 ‘철든 서점’으로 통한다.

 

소요서가 책방 안 풍경. 세워져 있는 도서들은 소요서가가 큐레이팅한 철학에 입문하기 좋은 서적./장련성 기자

 

서점은 2021년 7월 윤 대표와 지인들의 철학 공부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우리 공부가 취미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했다. 처음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철학 및 예술 서적을 번역·출판했는데, 책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더라. 우리 책 외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큐레이션을 담은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서점으로 이어졌다.”

 

서점의 뿌리와도 같은 중앙 매대에는 시대별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 철학 작가들의 대표작을 엄선해 채웠다. 여기서 파생된 시대별·주제별·작가별 책들이 학익진처럼 양옆에 자리한다. 고전이나 철학 전공서만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젊은 층이 관심 가지는 주제도 면밀히 살펴 눈에 띄는 매대에 둔다. 그래서 이 서점엔 서양 철학의 정수로 꼽히는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도서출판 길)’도, 최근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추천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불교 철학서 ‘초역 부처의 말’(포레스트북스)도 있다.

 

소요서가의 지향점은 ‘전문가에게도 가볍지 않고, 애호가에게도 무겁지 않은 서점’이다. 윤 대표는 “기존 철학 독서층은 너무 아카데믹한 철학을 하는 쪽과, 삶의 위로를 주는 에세이 정도로 철학을 가볍게 소비하는 독자로 나뉘어 있었다”며 “특히 최근 니체나 쇼펜하우어 등 일부 철학자의 유명 격언에만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열풍이었는데, 이런 책들은 철학에 흥미를 가지는 좋은 스타팅 포인트가 되지만, 그 맥락이나 배경은 생략돼 오독의 가능성도 있다. 흥미에서 끝나지 않도록 그다음 책을 잘 안내해주는 게 우리 서점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했다. “‘철학 중산층’이라고 하면 어감이 이상하긴 하지만, 결국 이 독자층이 넓어져야 학술 독자나 전문가도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고, 가벼운 책을 선호하는 독자도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며, 소요서가도 클 수 있다.”

 

소요서가에서 진행하는 5개 독서 모임은 이런 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 매달 주제에 맞는 책 한 권씩을 선택해 ‘철학 모임’과 ‘문학 모임’ ‘신간 읽기 모임’ 등을 진행한다. 이번 달의 경우 25일에 플라톤이 쓴 대화편 ‘라케스’를 주제로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철학 모임이 열린다.

 

직접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 소요서가가 선정한 이달의 책(소요다달)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이달의 책에 대한 서평과 소요서가에서 진행한 모임의 정리본은 소요서가 소식지 ‘소요진(ZINE)’에 담긴다. “독립 서점이다 보니 큰 서점처럼 무료 배송해주기는 어렵다. 소요다달을 받을 때 소요진을 함께 구성해서 배송비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했다.”

 

실제 서점엔 철학 공부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이 오지만, ‘힙지로’ 특성상 우연히 놀러 왔다가 서점을 발견하고 들어오는 젊은 층도 50% 이상이다.

 

윤 대표는 “처음엔 서점 몇 바퀴를 둘러봐도 원하는 책을 못 고르던 독자가 자기가 생각했던 책 외에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그게 인연이 돼 꾸준히 발걸음이 닿을 때 정말 기쁘다”며 “한국에서 철학 서점이 생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고, 실은 아직도 그렇다. 그래도 꾸준히 서점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철학 서점 하나 정도는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이 있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소요서가의 PICK!]

 

요즘 시기 읽기 좋은 철학책

 

● ‘계몽이란 무엇인가’(길)= 여기서 말하는 계몽은 미성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미성년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칸트의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라는 말이 나온 책.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묻고 답하는 능력을 가지라는 뜻이다.

 

● ‘소크라테스’(소요서가)= 남들과는 다른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소크라테스를 4명의 시선에서 기록하는 책.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3/25/UNA3XXM7NJF45NDKU3ZUCI25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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