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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그라운드'서 AI 기업으로, '벤처신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 'AI 100조' 성공하려면 주 52시간 규제부터 풀어야… 民生은 기업 경쟁력에 달렸다'

마음백과사전 2025. 7. 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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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00조' 성공하려면 주 52시간 규제부터 풀어야…

民生은 기업 경쟁력에 달렸다

'배틀 그라운드'서 AI 기업으로, '벤처신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윤덕 기자 2025.07.06.

 

장병규 의장 집무실은 크래프톤 본사 밖에 있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집무실에서 만난 장병규는 "정치인들이 외치는 민생은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왼쪽 고양이는 신작 '인조이' 캐릭터. '배틀 그라운드' 전투모와 크래프톤 웨이' 1, 2권도 보인다. /장련성 기자

 

‘배틀 그라운드’를 만든 게임 기업 크래프톤의 질주가 거세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 이익을 올리며 업계 1위 넥슨을 앞질렀고, 영업 이익률에선 삼성과 SK도 제쳤다. 올 초 엔비디아와 게임용 AI 기술을 개발하더니, 지난주엔 일본 3대 광고 회사이자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ADK를 인수, 자신들 야망이 ‘게임 그 너머’에 있음을 선언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장병규 의장은 네오위즈, 첫눈, 크래프톤을 잇달아 성공시킨 IT 벤처업계의 전설. 크래프톤 전체 매출의 95%를 중국·미국·인도 등 해외에서 올리는 이 남자는, 정치권을 향해 “민생을 살리려면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부터 키우라”고 했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우리 힘이자 DNA”라고도 했다. 거듭된 실패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회사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크래프톤 웨이(1·2권)’가 벤처업계 바이블이 된 이유다.

 

◇ 투명성의 힘

 

−‘배틀 그라운드’는 해본 적 없지만, ‘크래프톤 웨이’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한 기업의 역사서이면서 대중서로도 읽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이렇게 위대해’란 식의 역사서로만 쓰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

 

−미화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조직의 결속을 다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화’인데, 무수한 실패를 딛고 성장해온 우리 회사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감화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후 20여 년간의 회의록, 이메일, 개별 인터뷰 등을 토대로 대외비 혹은 치부라 할 수 있는 것들까지 공개했더라.

 

“그래야 대중은 물론 우리 직원들이 이 책의 진정성을 믿어줄 테니까(웃음).”

 

−의장과 CEO, 임원들이 연봉, 성과급, 심지어 사내 간식을 뭘로 할 건지 등으로 언쟁하는 메일도 등장한다.

 

“실리콘밸리의 힘은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극대화한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지 구성원들이 알아야 한다. 소수의 리더가 관리·감독하며 이끄는 조직은 관료화될 뿐, 숨는 사람이 많아지고,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미국·중국·일본·인도 등 해외 지사를 포함해 4000명 직원이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하는 ‘타운홀 미팅’도 투명성 강화의 일환인가?

 

“지난 10년간 118회 타운홀 미팅을 했는데, 1회부터 모두 촬영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 최근 입사한 직원 중 그 영상을 70~80개 이상 본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그들과 대화할 때 ‘(의장님이) 옛날에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하더라. 5~6년 전 일이라 나는 기억도 잘 안 나는데(웃음). 그런 직원들이 크래프톤 정신과 가치를 지지하고 대변해줄 거란 생각에 뿌듯했다.”

 

10년동안 전세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배틀 그라운드'. 인간의 생존 본능과 맞닿아 있다는 이 게임은 끊임없는 라이브 혁신으로 그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래프톤

 

◇ 소통 위한 ‘10억 계단’

 

−‘10억 계단’이란 것도 있더라.

 

“판교 시절 회사 4개 층을 뚫어 계단으로 연결할 때 10억원이 들었다. 구성원들이 우연히 마주쳐 나누는 캐주얼한 대화들이 공식적인 회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설계했다. 성수동에 짓고 있는 새 사옥에도 3개 층을 뚫고 있다(웃음).”

 

−투명성, 소통에 대한 강박이 있나?

 

“나는 일대일 미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순 있어도 여러 사람을 오래 속일 순 없다’는 격언처럼 일대일 대화는 사기꾼이 오래 살아남는 구조를 만든다. 첫 창업 회사인 네오위즈 때 여러 다툼이 있었는데 원인 중 하나가 일대일 대화였다.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명료히 알게 되고 곡해 없이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임원과 토론할 때도 그가 신뢰하는 이를 꼭 배석시키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크래프톤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가?

 

“창업 초기 꿈꿨던 바텀업(아래로부터의 의사 결정)이랄지, 360도 평가 같은 건 많이 타협했다.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님이 ‘관계는 수평적, 업무는 수직적’이란 표현을 했는데, 우리도 비슷하다.”

 

−올해부터 1억 출산 장려금도 주더라.

 

“돈 때문에 자녀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파격적인 정책은 직원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꾼다. 육아휴직 당연하고, 남자가 하는 거 당연하고. 한국 사회가 그만큼 위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너 장병규와 CEO 김창한의 관계도 특이했다. 성과급을 두고 언쟁할 때 ‘어차피 내 말은 듣지도 않을 테지만’이라며 자조하는 대목이 책에 나온다.

 

“우리는 ‘파트너’다. 서로 견제하며 싸울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김창한님에게 CEO를 맡길 때 딱 한마디만 했다. ‘대표님이 크래프톤을 위해서 살면 저와 싸울 순 있어도 헤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크래프톤이 아니라 대표님 개인을 앞세운다면 저와 헤어지게 되겠지요.’”

 

-그게 더 무서운데.

 

“다행히 김 대표님이 크래프톤보다 자신을 앞세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웃음).”

 

−모욕이라고 느낄 만한 발언도 있더라.

 

“요즘 말로 내가 완전 ‘쌉티’에 속하기 때문에 웬만한 욕과 비난은 한 귀로 흘려듣는다(웃음).”

 

'배틀 그라운드'를 만든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지난 4월 1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만나 게임과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함께 촬영했다. /크래프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크래프톤 웨이’ 1권은 90%가 실패담이다. 2007년 블루홀(크래프톤 전신) 창업 후 배틀 그라운드로 세계 게임 시장을 점령하기까지 10년간 실패하고 좌절한 얘기들이다.

 

“우리가 넥슨, 엔씨소프트, 미국의 EA,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같은 기업과 다른 것이 있다면 ‘가장 많은 도전과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한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이 인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부러워하지만 그 뒤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가 우리 DNA다.”

 

−두 달 치 월급만 남고 문 닫을 위기에 놓였을 때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은 뭘까?

 

“당시 파트너였던 김강석 대표가 없었다면 접었을 거다. 실력 있는 중소 게임 업체들과 연합해 마지막 승부를 걸어보자고 하더라. 그때 합류한 김창한의 지노게임즈가 ‘배틀 그라운드’를 만들었고, 대히트했다.”

 

-신작 경쟁이 치열한 전세계 게임업계에서 ‘배틀 그라운드’의 인기가 10년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생존이란 테마가 인간의 본능과 맞닿아 있기 때문 아닐까. 아무리 재미있어도 오랫동안 지속시킨다는 건 별개의 문제인데, ‘배그’의 라이브 서비스를 끊임없이 혁신하며 이끌고 있는 리더십의 힘이라고 본다.”

 

−크래프톤 매출이 ‘배그’에 집중돼 있는 건 리스크로 꼽힌다.

 

“‘인조이’ 등 신작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투자와 인수를 위해 전 세계 게임 스튜디오들도 수시로 만난다. 작년에만 300곳 넘게 만났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 ‘스푼랩스’에 투자한 데 이어 일본 광고 회사 ADK를 인수했다.

 

“나는 ‘게임’이란 단어에 가슴이 뛰는 사람은 아니다. 배틀 그라운드도 직접 해본 적 없다. 대신 ‘글로벌’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말을 좋아한다. 서울에 본사를 둔, 게임 그 이상을 해나가는 글로벌 창작 테크 기업을 구상하고 있다.”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위원장이2018년 1월 29일 서울 세종대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 회의실에서 스마트시티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시간도 경쟁력

 

−이재명 정부가 AI 수석을 임명하고 100조원 규모의 AI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전략의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은 자본만 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로’ 같은 획일적 제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을까. AI 수석이 임명됐으니 최선의 해법을 마련할 거라 기대한다.”

 

−‘나는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했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다.

 

“시간도 경쟁력이란 뜻이다. 중국은 ‘996(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을 하는데 주 52시간 일하는 한국이 어떻게 이길 수 있나? 이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구로 등대’ ‘판교 오징어배’라고 자조하는 IT 업계 종사자들은 생각이 다를 텐데.

 

“주 52시간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획일적 적용이다. 다양성, 포용성,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왜 노동의 다양성은 인정하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민생을 외치던데, 한국 민생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달려 있다.”

 

−위기감을 느끼나?

 

“중국, 인도에 이어 작년부터 브라질에 다니고 있다. 그 나라는 식재료가 워낙 싸서 돈을 조금만 벌어도 먹고살 수 있다. 날씨도 따뜻해서 술 취해 거리에서 자도 얼어 죽지 않는다. 게다가 산유국이다. 한국은 어떤가? 쌀을 뺀 대부분의 기호식품을 수입한다. 추운 겨울이 있고, 석유를 수입한다. 기축통화도 아니고, 분단 상황이다. 한국 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국민의 삶은 어떻게 될까?”

 

−문재인 정부 때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었다.

 

“AI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넓히는 데는 기여했지만 주 52시간 제도를 막지 못한 건 후회한다. 더 강하게 싸웠어야 했다.”

 

셔츠에 청바지를 즐겨입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배틀 그라운드' 전투모를 들고 활짝 웃었다. /장련성 기자

 

◇ 한강서 물멍 때리기

 

−요즘은 대학 강연을 많이 한다던데.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데 만날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슨 뜻인가?

 

“전쟁을 겪은 아버지 세대는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았다. 우리는 경제화냐, 민주화냐 정답을 찾아가던 세대였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다. 다양성을 얘기하면서 남들과 똑같아지려 한다. 실패할까 봐 도전하지 않고, 기성세대가 깔아놓은 안전판,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살려고 한다.”

 

−꼰대 소리 들을 텐데.

 

“이 나이에 꼰대 아닌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웃음)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기 위해 용인에 ‘크래프톤 정글’이란 기숙학교를 만들었는데, 한 수료생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 ‘정글’에 살면서 불안·스트레스와 함께하는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성장의 동력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성공하면 안정적인 삶을 누린다? 배틀 그라운드로 성공한 김창한도, 덕분에 큰 돈을 번 나도 불안과 스트레스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하고 발버둥친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한강에서 ‘물멍’ 때리기.”

 

−챗지피티도, 카톡도 안 한다던데.

 

“단출하게 살고 싶어서. 카톡은 5년 뒤에도 안 쓸 것 같은데, AI 도구는 올해 안에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더라.

 

“AI의 파급력이 전문가, 지식인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우리의 학교들은 지금 엉뚱한 것을 가르치고 있다.”

 

−청년들에게.

 

“서른 초반에 장 결핵을 진단받았다. 장을 다 들어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때 생긴 신조가 ‘다 쓸데없다’였다. 덕분에 대범해졌고, 겸허해졌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 만나면 이 말을 꼭 한다. ‘확 질러 버려! 웬만큼 사고 쳐서는 감옥 안 가!’ 저지르고 실패하고 도전하라.”

 

☞장병규

 

1973년 대구 출생.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네오위즈 창업에 이어 검색 엔진 첫눈을 창업해 성공시켰다. 2007년 크래프톤 전신인 블루홀 스튜디오를 창업해 ‘테라’ ‘배틀 그라운드’로 세계 게임 시장을 석권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이다.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https://www.chosun.com/opinion/2025/07/06/S6E5OB73EVHX5PJYHJZCGIDDY4/?outputType=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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