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근간 기능을 '환경' 시각으로만 보면 후유증 클 것
조선일보 2025.09.06.
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드는 쪽으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 7일 고위 당정 협의를 갖고 개편 방향을 확정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좀 더 의견을 수렴한다지만 형식적인 것이고 방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드는 쪽으로 이미 정해졌다고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비율을 보면 에너지 연소가 76%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분야를 틀어쥐고 온실가스 배출을 확실히 줄여보자는 발상이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나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석탄화력 폐지 등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는 부처다. 반면 에너지 산업은 기술 개발, 수출, 산업 육성 등으로 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분야다. 규제와 진흥 기능을 하나의 부처가 맡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물과 기름을 섞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대통령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만 해도 전국 산과 바다에 송전탑과 전선을 깔아야 하는데 한 부처에서 공사도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하면 진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게 중심이 규제로 넘어가면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기후 비용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는 이미 유럽에서 섣불리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향이기도 하다. 독일은 2021년 산업·에너지·기후를 합친 부처를 출범시켰다가 에너지·기후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고 제조업 경쟁력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독일은 올 5월 기후 분야를 환경부로 넘기고 경제에너지부를 떼어냈다. 영국은 2008년 에너지와 기후를 합친 부처를 출범시킨 후 기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 전력 도매가격 폭등 등 후폭풍을 경험했다. 유럽에서 실패한 정책을 우리가 뒤늦게 시도할 이유는 없다.
지금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후 환경 문제를 “전부 사기”라고 하고 있다. 중국은 기후 문제는 완전히 후순위에 두고 있다. 이 두 거대 경제권과 경쟁하는 우리가 환경 만을 앞 순위에 두면 경쟁이 되겠나. 이런 전후 사정과 외국 사례가 명확한데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드는 방향에서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이미 이번 여름 폭우·가뭄을 계기로 환경부 중심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에도 비판이 적지 않다. 물은 산업, 발전, 농업 용수의 측면도 큰데도 이를 환경 문제만으로 보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물 관리보다 더 방대하고 국민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일이다. 설 익은 이념에 근거해 무리한 정부 개편을 하다 실패하면 나라 경제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준다. 미국의 변덕스러운 기후변화 대응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09/06/GRWBSDNCZVFOTF2GLOHPPYUPKQ/
'오피니언.시각.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도시 경제의 엔진인데… 한국 프로 스포츠 경기장은 왜 표류하나 - 심찬구 (1) | 2025.09.10 |
|---|---|
| 이제 외국인 옆에서도 말조심 - 이종혁 광운대 교수 (0) | 2025.09.08 |
| 북유럽 타령 소용없어 ; 덴마크 교육 - 김도훈 (0) | 2025.09.07 |
| 전공 교수도 못 푸는 수능 문제 (0) | 2025.09.07 |
| 에어컨 없는 유럽 (0) | 2025.09.07 |